지프 그랜드체로키 노후경유차로 폐차까지 17년

 타이틀만 봐도 너무 서글픈데, 제 블로그에 이 글을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 몰랐습니다. '2004년식' , '2,700cc' , '지프' , '그랜드체로키' 키워드로만 나열해도 뭐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이 차량을 끝내 폐차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2004년식 그랜드체로키 디젤 모델은 '노후경유차' 로 분류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었습니다. 아무리 조기폐차하라고 구청에서 안내문이 날아오거나 뉴스에 언급되도 먼 얘기로만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비 수도권이라면 모를까 지프를 끌고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 운행 제한이라는 부분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국산차처럼 많이 보급된 5등급 차량이라면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설치라는 대안이 있지만, 저감장치가 개발조차 되지않은 비주류의 차량들은 '조기폐차' 외에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다시한번 주변을 둘러보니, 출퇴근하던 길목에도 '노후경유차 단속카메라' 가 있었는데, 인천광역시를 기준으로 dpf 설치가 불가능한 차량은 올해 11월까지가 유예기간이랍니다. 즉, dpf가 개발되었음에도 장착하지 않은 다른 노후경유차를 주행중이었다면 이미 수십번 단속되고도 남았을 상황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배기가스 외에 성능상 아무 문제없는 차량인데, 하루에 200km 가까지 출퇴근하며 문제없이 타던 차량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조기폐차를 권고하는 국가의 정책에 정말 의문이 들었습니다. '전국에 채 몇백대 남지 않은 모델인데, 그렇게 대기오염에 끼치는 영향이 큰가?' , '연간 운행거리를 제한하는 등 다른 방안은 없었을까?'

  어렸을때 뒷좌석에 타고 성인이 되어 직접 뜯어고치며 정을 붙여 관리해온 차량인데.. 자동차라는게 이동수단 그 이상으로 누군가에게는 생계, 추억 등 의미있는 수단인데.. 이렇게 흑백논리로 분리된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만 하는 현실에 헛웃음만 나옵니다.

 일기장처럼 적다보니 잠시 얘기가 옆으로 흘렀는데, 아무튼 수도권에 거주하며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단속을 직시하면서 급히 조기폐차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차주에게 지급해주는 일이백만원의 지원금이 차량의 가치와 비교했을때는 푼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지자체별로 조기폐차 지원금이 선착순이라고 하니 서둘러 폐차 신청을 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하더군요.

 그렇게 허무하게 2004년에 신차로 출고한 그랜드체로키는 50만km까지 타겠다던 포부와 반대로 21만km도 채 타지 못하고 폐차되고 말았습니다. 벌써 몇달이 되었지만 종종 옛날 사진을 찾아보면 어렸을적 가족들과 그대로 사진속에 머물러있는 차량을 보니 그립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앞으로 Jeep 그랜드체로키(WJ)에 대한 포스팅은 이 글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전 '로이라이더의 굴러가는 바퀴이야기' 부터 지프 컨텐츠를 보고 찾아와주신 분들께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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